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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난한 유서에 내 이름 석 자는 없다

18-09-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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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신흥무관학교’ 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

 

구한말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을사늑약의 밑바탕을 닦으러 조선에 온 일본의 우익세력 모리 다카시는 ‘조선의 정신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묻는다.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들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된다. 을미년에 의병이었던 자들의 자식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된 뒤 독립운동가들은 나라 밖에서의 독립운동, 특히 무장투쟁을 준비했다. 1911년 서간도에 세워진 신흥무관학교는 3500명의 독립군을 배출해 국외 무장 독립투쟁의 본거지가 됐다. 육군본부는 지난해 2월부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전 장병을 대상으로 소재 공모를 가졌다. 총 300여 편의 응모 소재 중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군인정신을 담은 ‘신흥무관학교’를 최종 선정했다. 이들의 활동이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큰 의미를 갖지만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육군본부가 주최하고 공연제작사 쇼노트와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9월 9일부터 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지금까지 육군이 창작한 뮤지컬은 2008년 제60주년 국군의 날 기념으로 2000년 당시 DMZ에서 발생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MINE’, 2010년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생명의 항해’, 2012년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를 소재로 다룬 뮤지컬 ‘The Promise’ 등 세 편으로 순회공연을 한 바 있다. 이번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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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육군회관에서 진행된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제작발표회.(사진=육군본부)

 

 

지창욱, 강하늘, 성규 등 빅스타 출연 화제

 

지난 8월 14일 서울 육군회관에서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김동연 연출과 이희준 작가, 박정아 작곡가를 비롯해 군에 복무 중인 배우 지창욱, 강하늘, 성규 그리고 함께 출연하는 배우 이태은, 임찬민, 이정열, 남민우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서 배우들은 ‘죽어도 죽지 않는다’ 등 총 여섯 개의 넘버를 시연했다.

 

현장에 함께한 육군본부 심성율 대령은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이다. 이 시기에 국민과 장병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동연 연출은 “연출 입장에서 작품이 얼마나 흥미와 감동이 있는가를 고민했다. 역사를 살려낸 이야기라고 해서 무겁거나 다큐멘터리처럼 다가가고 싶지는 않았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아서 관심을 받길 바란다. 극중 주인공도 이름 없는 청춘들이다. 장병들을 아저씨라고 하는데 어린 친구들이다. 이들이 같은 나이대에 겪었던 학생들을 연기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잘 녹여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극작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사춘기’, ‘마마 돈크라이’ 등을 쓴 이희준 작가가 맡았다.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기 위해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박정아 작곡가는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활기찬 에너지를 담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대한제국 군대 해산 시위 장면에 등장하는, 7분을 훌쩍 넘는 오프닝 곡 ‘죽어도 죽지 않는다’와 독립에 대한 희망과 신흥무관학교 학생들의 결의를 느낄 수 있는 넘버 ‘가난한 유서’는 작품의 주제를 담은 대표곡으로 손꼽힌다.

 

배우 지창욱은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의 뛰어난 학생인 ‘동규’ 역을 맡았다. 동규는 경술국치에 자결한 유생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유생의 아들로서 혼란한 시대에 흔들리는 동규의 내적 갈등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고민이다. 얼마나 드러내고 설득해야 할지 균형을 잡는 중이다. 동규의 심리 변화가 보인다면 입체적이고 즐거운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강하늘은 신흥무관학교에서 고아로 버려졌지만 훌륭한 독립군으로 성장하는 ‘팔도’를 연기한다. 성규는 일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간 장군 ‘지청천’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홍범도 부대 나팔수를 꿈꾸는 독립군 ‘나팔’ 역에는 배우 이태은이 출연한다. 마적단에게 가족을 잃고 살아가다 신흥무관학교에서 활약하는 ‘혜란’ 역은 배우 임찬민이 맡는다. 그 외 ‘이회영’ 역에 이정열, ‘이상룡’ 역에 남민우, ‘이은숙’ 역에 오진영, ‘이완용’ 역에 김태문, ‘데라우치’ 역에 진상현 등 총 39명의 배우가 무대를 채운다. 강하늘은 “이번 공연에 오디션을 통해 뽑힌 장병들이 많다. 배우를 꿈꾸는 장병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기뻤다. 내게도 즐겁게 작업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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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세워져, 항일무장투쟁에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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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무관학교’ 제작발표회.(사진=육군본부)

 

 

피로 쓴 여섯 글자, ‘대한 독립 만세’

 

신흥무관학교가 세워진 당시는 독립운동을 펼치던 시기 중에서도 가장 암담했던 1910년대였다. 일제의 무단통치로 짓밟힌 국내와 거의 절연되어 있었고 어떤 외부 지원도 받기가 어려웠다. 1910년 12월, 우당 이회영이 가문의 부귀영화와 모든 가산을 처분하고 압록강을 건너 망명했다. 이듬해인 1911년 2월, 이회영 가문에 뒤이어 경북 안동 일대의 혁신 유림과 지사들인 이상룡, 김대락, 김동삼과 그 가족들도 망명의 길을 택했다. 이회영, 이상룡 일가를 비롯한 민족운동가들은 중국 길림성 유하현 삼원포에 자리를 잡고, 신민회 사람들과 민족을 구할 인재를 기르고자 학교를 세웠다. 학교 이름은 새로 나라를 일으키자는 뜻에서 ‘신흥(新興)’을 붙여 신흥강습소라 명명했다. 주된 교육은 군사훈련과 함께 국어, 국사, 지리 교육이었으며 이후 신흥중학을 거쳐 신흥무관학교로 발전했다. 이 때문에 3·1운동 이후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활발히 전개되었던 독립운동과 달리 1910년대에는 주목할 만한 독립운동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 점에서 1910년대에 한시도 쉬지 않고 무관 양성에 진력했던 신흥무관학교는 우리 역사에서 소중한 위치에 있다.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봉오동 전투, 김좌진 장군이 이끄는 청산리 대첩에서 활약한 것도 신흥무관학교 졸업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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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무관학교’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배우 강하늘, 성규, 지창욱.(사진=쇼노트)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하루하루는 혹독했다. 신흥무관학교 생도들의 하루 일과는 새벽 6시 기상나팔과 함께 시작됐다. 눈보라와 추위를 견디며 체조와 청소를 마친 생도들은 세수한 다음 아침을 먹었다. 식사는 썩은 좁쌀밥 조금에, 콩기름에 절인 콩장 두어 개가 전부였다. 아침밥 먹기가 끝나면 애국가 제창과 함께 조회시간을 가졌다. 이어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끝나면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훈련에 나섰다. 오전 수업은 군사학과 일반수업, 오후 수업은 군사훈련과 영농활동이었다. 취침 시간은 저녁 9시였다.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이들에겐 여섯 가지 정신이 강조되었다. 불의(不義)의 반항정신, 임무의 희생정신, 체련에 필승정신, 간난(艱難)에 인내정신, 사물에 염결정신(廉潔精神: 청렴하고 결백한 마음), 건설에 창의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주린 배를 움켜잡고 강한 정신으로 무장한 독립군으로 거듭났다. 학생들은 나라와 민족이 몰살당하는 암담한 상황에서 독립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교가를 부르며 민족적 사명감을 불태웠다. 당시 교가의 후렴 가사는 ‘우리 우리 배달 나라의 우리 우리 조상들이라 / 그네 가슴 끓는 피가 우리 핏줄에 좔좔좔 치어 돈다’다. 이는 학생들만 부른 것이 아니라 서간도 주민들과 아이들도 즐겨 불렀으며 민족의식을 일으켰다. 신흥무관학교 생도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졸업생들은 교육 잡지인 <신흥학우보>를 발간해 서간도 주민들의 계몽과 독립정신을 일깨웠다.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의 주제는 국군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독립군, 광복군에 이어 국군으로 계승된 ‘조국을 지킨다’는 의지는 국군 정신의 총화다.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성규는 “대한민국 육군으로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무대 위에서라도 기억할 수 있게 연습하겠다. 부끄럽지 않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의 말대로 자신의 청춘을 조국의 내일에 바친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이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대가로 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들은 자신의 가난한 유서에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히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피로 쓴 이 여섯 글자가 적히길 바란다고 했다. 바로 ‘대한 독립 만세’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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