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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한 경찰관이 잠적한 코로나 확진 불법체류자 찾아내 감염확산 막아

20-06-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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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경기 광주경찰서 이보은 경장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뉴스의 1번이 코로나19 소식이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촘촘한 방역으로 비교적 코로나19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러 번 위기를 겪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가 지역사회로 크게 확산되지 않을까 많은 국민들이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의 경기지역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초기 대응이 화제가 됐다. 경찰과 방역당국의 신속한 공조로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베트남인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 조치한 것이다. 특히, 그 주인공이 베트남 출신의 귀화 경찰관이라는 사실도 세간의 화제였다.


“아이고 저는 그냥 제가 하는 역할을 했을 뿐인데 부끄럽습니다. 상황이 더 이상 심각해지지 않고 잘 마무리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연신 수줍게 손사레를 치며 겸손해하는 이보은 경장.  

 
귀화 경찰.jpg
경기 광주경찰서 정보보안과에서 근무 중인 이보은(34) 경장.

 

그럼, 이 경장의 얘기를 통해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지난달 16일이었어요. 주말 저녁 집에 있는데 다급한 연락을 받았어요. 그 내용인 즉슨, 베트남 사람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을 받았다. 알 수 있는 건 가명과 전화번호 밖에 없다. 그런데 연락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태원 클럽을 다녀왔던 베트남인 A씨가 지인이 사는 경기 부천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는데 클럽 방문자의 신원을 묻지 않는다는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검사 당시 가명과 자신의 휴대전화 연락처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개인정보를 남기지 않은 것이다. A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그냥 관련자가 아니라 확진자잖아요. 이거 일이 커질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베트남 사람인 경찰관이다. 급한상황이다. 통화하고 싶다. 전화 받아달라’ 베트남어로 이런 내용의 설득 문자를 보내고 계속 통화를 시도했죠.” 수십통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 끝에 통화가 이뤄졌다.  

 

“일단은 이 친구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장 알고 있는 건 전화번호밖에 없었으니까. 이 친구가 다시 전화를 안 받고 잠적하면 정말 큰일이잖아요.” 이 경장은 베트남인 동네 누나처럼 편하게 다가갔다. “최대한 그 친구 심리에 맞춰서 대화를 이어갔어요. 지금은 또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라고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불법체류자더라도 처벌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안심시켜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을 막고 불법체류자 등 방역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유예되고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이들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보은 경장에게 말문을 연 A씨와의 대화에서 파악한 정보들은 즉시 관할 보건소로 전달됐다. 그 과정에서 같은 불법체류자인 동거인 3명이 더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 A씨가 부천 소재 한 나이트클럽에 방문했던 동선이 파악돼 빠르게 조치할 수 있었다.

 

“A씨는 지역 내 의료원의 국가격리병상으로 이송돼 현재는 완치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된 상태입니다. 나머지 동거인 3명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적극적인 방역 조치에 따라 자가격리 기간 동안 격리시설에 입소해 관리를 받았고요.”

  
귀화 경찰2.jpg
이보은 경장이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인 불법체류자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서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을 우려했던 상황은 이렇게 무사히 마무리됐다. 그러나 당시 활약한 경찰이 베트남 출신 귀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보은 경장은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그 덕분에 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이 일선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제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배경에다 시국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상황이다 보니 주목받게 된 거 같은데 저희 신랑도, 가족들도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라고 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쏟아지는 관심과 칭찬에 쑥쓰러워 했다.

 

이보은 경장은 지난 2005년 친척언니의 소개로 만난 소방관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처음 공항에서 볼 때부터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제가 신랑을 더 좋아해서(웃음). 어린 나이에 결혼하겠다는 저를 보고 친정엄마가 반대했지만 그걸 무릅쓰고 신랑을 따라 한국으로 왔어요.”

 

한국말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던 열아홉살의 소녀는 용감하게 한국행을 결심했다. 결혼을 준비하며 주고받은 편지가 이 경장 부부의 유일한 연애증표다. 달콤한 러브스토리 같은 건 없었지만 15살 차이의 나이를 극복한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남편의 도움으로 한국어를 배우며 공부에 욕심이 생겼다는 이보은 경장. 2007년부터 독학만으로 검정고시를 준비, 불과 2년도 채 걸리지 않아 초·중·고등학교 전 과정을 통과했다. 2009년에는 한국인으로 귀화도 했다. 시어머니의 성을 따 이씨, 가족들이 보배같이 여기겠다는 의미를 담아 불러주던 보배 보, 은혜 은의 ‘이보은’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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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은 경장이 동료인 이종무 경장과 업무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

 

우연히 언론에서 본 필리핀과 캄보디아 귀화 경찰관의 모습을 보고 ‘나도 경찰이 되면 한국인들에게, 또 베트남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경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보시다시피 체구도 작고 약해서 가족들은 제가 체력테스트를 통과 못할거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안된다, 못할거다 얘기하면 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보란듯이 체력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며 외사특채 경찰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한 이보은 경장이다.

 

매사 성실하기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엄지 척!하고 손가락을 치켜들 만큼 인정하고 있다. 같은 팀 이종무 경장도 “배울 점이 참 많은 동료”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귀화 한국인으로 경찰생활 하는 것에 분명 어려운 점이 많을텐데 극복하려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운다”며 “그렇게 적극적으로 일했던 게 이번 베트남 불법체류자 상황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보은 경장은 “혹자들은 외국인 경찰관이라고 하면 일을 못할 것이다 생각하고 편견을 갖고 보는데 공정한 경쟁을 뚫고 들어왔고, 업무도 잘 처리하고 있으니 걱정마시라”며 웃는다. 또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가족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불행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자기들의 삶을 잘 이어가고 있다고 꼭 얘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업무적으로는 본인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 도움이 되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그다.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에 가서 한국 경찰로서 우리의 발전된 기술, 잘하는 것들 등 경찰 관련한 업무를 현지에 전수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둘째 순산과 소방관인 남편이 끝까지 안전하게 역할을 잘 해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저는 앞으로도 저에게 주어진 일에, 또 제 역할에 충실하며 지낼거예요. 그 가운데 제가 가진 것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거고요. 우리나라에 사는 국민들에게 또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멀리 내다보면 모국인 베트남을 위해서도 그렇게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어요.”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생활 속 거리두기 간격을 유지하며 진행됐습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김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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